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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통합... “약속했던 20조 원은 사탕발림”
입력시각 : 26-04-23 15:56
 
서길원 대기자

광주·전남 통합... “약속했던 20조 원은 사탕발림”

‘시·도 통합만이 살길이다’고 나팔 불며 줄을 서던 국회의원, 시장 후보들은 어디로 갔는가... 누굴 탓하랴. 입다문 정치인들에 대한 생각의 끝에서 나의 손가락이 떠올랐다.


정부가 광주와 전남 통합을 전제로 20조 원을 인센티브로 내놓겠다고 했으나 결국은 통합에 따른 안내표지판 정비 예산조차 삭감해 버렸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7월 1일 시·도 통합을 앞두고 정보시스템 통합, 청사 재배치, 공공시설물·안내표지판 정비 등의 예산으로 573억 원의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20조 원의 인센티브를 약속했던 정부와 국회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단돈 1원도 반영하지 않고 전액 삭감해 버렸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까지 남은 70여 일 동안 구축돼야 할 초기 행정 시스템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주민등록, 세금 고지, 증명서 발급, 복지 수급 등이 하나의 시스템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출범 직후 행정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광주·전남 통합 준비 예산이 중동 사태로 인한 추가경정예산 목적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신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차입을 통해 충당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자치단체가 빚내서 해결하라는 말이다.

마치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이게 뭐지’라는 반문과 함께 어안이 벙벙하다. 어느 날 갑자기 광주와 전남을 통합한다며 호들갑을 떨더니 통합이 확정되자 초기 소요 비용을 한 푼도 못 주겠단다. 사탕발림의 감언이설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럴 때 먼저 드는 생각이 있다. 광주·전남의 정치지형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지지세가 작동하는 지역이 아니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여야의 팽팽한 세력다툼이 있다면 과연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이런 대접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이래도 저래도 어차피 호남은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아니고서는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그런데도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은 물론 민주당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 또한 꿀 먹은 벙어리다. 신정훈 국회행정안정위원장과 강기정 광주시장만이 애 둘러 비판했을 뿐 그 누구도 “약속했던 20조 원은 어디 갔느냐”고 묻지 않는다.

‘시도 통합 안된다’던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한마디에 ‘시·도 통합만이 살길이다’고 나팔을 불며 줄을 선 게 엊그제 같은데 불난 집 구경하듯 모두들 먼 산을 보고 있다.

혹시 중앙당 실력자에게 밉보여 2년 뒤 국회의원 공천에 부정적 영향을 줄까 몸 사리는 것인가. 또 당장 특별시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의 몸이라 조심하는 것인가. 그런 국회의원을 왜 하는가. 전남광주 초대 특별시장은 왜 하는가를 묻고 싶다.

누굴 탓하랴. 입다문 정치인들에 대한 생각의 끝에서 그들의 이름 아래 붉은 인주의 도장을 찍던 나의 손가락이 떠올랐다. 오늘은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하지만 그런 결심이 오는 6월 3일 투표장까지 이어질지는 나도 모르겠다. 맞다. ‘누굴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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