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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후보 단일화는 결코 없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대선 기간 동안 후보 단일화가 가장 큰 이슈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이다.”
6·3 대선을 불과 닷새 남겨놓고 있다. 남은 5일 동안 대선판을 흔들 무슨 일이 벌어질는지 알 수 없지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아마도 후보 단일화 여부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를 끌어들이려 할 테고,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상대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가장 위협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
물론 당사자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후보 단일화는 결코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이러한 단일화 거부 천명은 의심받고 있다. 한마디로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이 보여 온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의 후보 단일화는 이번 선거에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저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또렷하게 응답한다. 끝까지 싸워 끝내 이기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대선 기간 동안 후보 단일화가 가장 큰 이슈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이다. 지난 28일 여론조사 공표 금지가 시작되기 전 여론조사는 조사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잘하면 민주당을 이길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국민의힘이 갖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잘하면’의 비법은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가 ‘잘하면’으로 모아지는 해법이다. 더욱이 이번 대선을 초래한 윤석열 정권 탄생도 보수 단일화가 결정적이었기 때문에 유혹은 더욱 강렬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민주당으로서는 막을 수만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할 최대 현안이 상대진영의 단일화이다.
앞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대선 승리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DJP연합,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세 번째로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성공한 단일화였다.
당시 윤 후보가 0.73%p의 표차로 승리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민의힘으로서 후보 단일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판세를 뒤집을 한 장 남은 카드가 될 수 있다. 당권이던, 또는 그 이상의 무엇이던 대통령만 아니면 모든 것을 주더라도 이뤄야 할 절박함이다.
당시에도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의 끈질긴 단일화 요구에 대해 강력한 거부 의사를 밝혔었다. 안 후보는 "저 안철수,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거나 "이제부터 저의 길을 가겠다"며 단일화 결렬을 공식 선언하고 완주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던 안 후보는 대선을 며칠 남겨놓고 조건 없는 단일화를 선언, 윤석열 정권 탄생에 기여했다. 이준석 후보가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였다.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만남 직전,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안의 자택에 들이닥쳤다는 비하인드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 요구를 받고 있다. 요구는 선거에서 보수가 패배할 경우 ‘너 때문에 졌다’는 비난의 다른 표현이다.
때문에 이준석 후보의 고민은 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고민의 해답에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
그가 선택할 고민의 답은 많지 않다. 우선, 단일화를 할 경우 ‘윤-안 단일화’처럼 대선에서 승리 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자신의 지지율을 단순히 합칠경우 대선에서 승리를 가늠할 수도 있겠지만 고스란히 표의 이전이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포지션이 얼마만큼, 언제까지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적진에 홀로 뛰어드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보장할 수 없는’ 미래다. 국민의힘에서 내쫓기듯 단신으로 나와야 할 때 이미 경험한 일이다.
역대 선거에서 단일화로 흡수됐던 후보들의 정치역정을 그가 모를 리 없다. 주인공의 자리를 양보한 단일화 후보에게 미래는 잡히지 않는 무지개일 뿐이다. 더구나 그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를 지켜본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럴 바에야 독자적으로 이번 대선을 완주, 기적 같은 현실을 이루거나 또는 패배하더라도 ‘보장받는 미래’를 얻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배양하고 꽃 피울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독자의 길’이라 하여 위험부담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만약 대선에서 패배하게 될 경우 누군가의 희생양이 필요할 테고, 그 희생양은 누구도 아닌 이 후보 자신으로 모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 ‘배신자’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가 아니라 정치권에 현존하는 엄연한 실체이자 치명적 ‘묻지마 폭행’이기도 하다.
대선까지 남은 5일. 그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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