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數와 壽
입력시각 : 17-06-27 16:49
 

이정규 논설위원



數와 壽


왕질(王質)이란 나무꾼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동자들이 바둑을 두는 것을 보았다. 때가 가는줄도 모르고 구경하다 정신이 들어보니 도끼자루가 썩어 있었다.
마을로 내려가보니 아는 사람은 다 죽고 낮선 사람만 살고 있었다.
몇 세기나 바뀐것일까? 도끼자루가 썩을 정도면 수세기가 지났을 것이다.
이 우화(寓話)를 喬松之壽라 한다.
팽조(彭祖)는 8백살을 살다 죽었다.
서럽게 우는 그의 아내를 위로하느라 이웃사람들이 그만하면 오래 살지 않았느냐고 하자
8백살은 9백살보다 적다며 아쉬어했다는 말도 있다.
하기야 9백살이상 산 사람도 기록에 남아 있다고 한다.
노아의 할아버지 므드셀라는 9백살 하고도 69세를 더 살았다고 (창세기) 기록에 있다고해서 장수하거나 고령자들 보고 모두 “셀라”라고 부른 유래가 여기에 있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이들 기록의 실존여부는 믿을만한 근거는 찾을 수가 없다.
그러니 믿거나 말거나다.
최장수국(最長壽國)이란 일본에는1백세가 넘은 사람이 6천명이상이 있고 그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하니 일본이 장수국에는 틀림없는 모양이다.
우리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수(數)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은행에 돈을 예금하고 돈을 맡겼다는 증거를 갖고 있는 것이 통장이다.
맡긴 그 액수는 숫자일뿐 그 숫자의 실세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즘 시중에서도 수천억의 금융사고가 비일비재하다.
보통사람은 억(億)이란 숫자를 입에 담는 일이 드물다.
그런데 조(兆)쯤 되면 도대체가 얼마나 되는 수인지 실감하기 어렵다.
어느 전직 대통령이 수천억원을 가로챘다고 해서 한때 그런 액수면 1만원권을 늘여 이어보면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이어진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얼마나 큰 액수인지 알 수 있다.
수를 조금 아는 사람도 「조」 다음은 경(京)이란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다음으로 가면 무슨 숫자가 있는지 모르는 것이 보통이다.
수는 경(京) 다음에도 이어진다.
네자리씩 올라가는 수의 이름은 「해」, 「여」, 「양」, 「구」, 「간」, 「정」, 「재」, 「극」, 「함하사」, 「이증기」, 「나유타」로 올라가고 다음은 일상말로 쓰는 무량대수(無量大數)로 표현한다. 그러나 우리 생활에서 아직까지 「경」이란 숫자가 나타난 일이 없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큰숫자를 겁(劫)이라고 부른다.
이 수는 사방 10미터의 돌을 비단옷자락으로 스쳐서 달구어 없앨 수 있는 상상도 못할 숫자를 의미한다.
이렇듯 인간이 만들어낸 실체를 볼 수 없는 숫자로 인간의 수명(壽命)을 계산하기 때문에 수(數)와 수(壽)는 불가피한 관계를 맺고 있다.
현세인치고 수(數)를 자기생활의 방어수단으로 안 쓴 사람은 없다.
이른바 비밀번호(또는 사용자번호)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숫자를 꼭 운명적으로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우리 도내에도 1백세 이상 장수노인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공기 많은 산과 바다가 많다는 뜻인데 장수의 비결은 움직이고 잘먹고 취미를 갖는 것이지 수(數)에 따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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