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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먼저 용서하기를 바라는가
입력시각 : 26-09-17 17:38
 
서길원 大記者


강아지가 먼저 용서하기를 바라는가.

"여의도의 언어는 언제쯤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저급함에서 벗어 날 텐가. 강아지가 먼저 용서하기를 바라는가."

추석 연휴를 1주일 남겨 놓고 있다. 내려왔던 하늘은 높이 올라가 청량하고, 추수를 앞둔 나락은 들판을 누렇게 물들이고 있다. 풍성한 결실로 채워지는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일교차는 여전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가을은 고개 숙인 이삭처럼 겸허히 익어가고, 사람들은 하늘을, 들판을 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지난 계절을 되돌아보고, 남은 시간을 헤아리는 눈망울은 맑고 깊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되는 시간들이다.

그러나 계절과 달리 세상살이는 여전히 덥다. 낮에도 덥고 아침저녁으로도 덥다. 한때 날개를 달던 주가는 서민들이 뛰어들자마자 곤두박질치고, 부동산을 잡겠다던 정부의 정책은 가속 역주행으로 빨간불이 숨 가쁘게 깜박이고 있다.

야당의 어느 여성 정치인은 이 대통령의 사진을 영정으로 만들어 저주를 퍼붓고, ‘치기’나 ‘촐삭된다’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또 다른 국회의원은 장관 후보자의 처신과 관련 ‘오빠’나 ‘이빨을 다 뽑겠다’는 말로 관심을 받는데 성공하고 있다.

반면 여당에서는 한 후보는 일찌감치 쳐내는 대신, 다른 한 후보는 정권수호차원이 느껴질 정도로 비호하고 있다.
국민은 아니라고 하는데도 ‘이슬만 먹고 사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고 한다. ‘국민만을 바라보겠다’는 말은 어디로 갔는가.
 
윤석열 정부시절, 대통령 앞에서 부들부들 떠는 장관들로 인해 ‘장관 감투의 가벼움’이 세상에 까발려졌지만,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그 정도 인물이 장관이 되어야 한다면, 그럴 바에야 장관 감투를 전 국민 제비뽑기로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 하다.  

시원한 계절에 세상살이만은 계절과 달리 덥다. 여의도 언어의 저급함과 여의도 행동의 난폭함으로 덥고 더 덥다. 다시 온 가을은 그 저급한 언어를 씻어 내기 좋은 시간이다. 한 줌의 권력을 위해 입안 가득 벌레를 넣고 사는 것만큼 불쌍한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윤동주는 그의 시 ‘자화상’에서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라고 자신을 들여다 본다. 그러다  그 우물속의 사나이가 가엾어서, 또 그리워서 다시 갔다가 돌아서는 모습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끊임없는 자기성찰로 어두운 한 시대를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아가기를 소망했던 시인의 언어는 ‘여의도의 그들’을 대신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그런가 하면 정호승 시인은 ‘윤동주의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라는 시에서 ‘강아지를 미워한 나를, 강아지가 먼저 용서할까 두렵다’고 고백한다.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 놓은/ 강아지도 한 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라고 시작되는 그의 시는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는 순간/ 새로 갈아 신은 양말에 축축하게/ 강아지의 오줌이 스며들 때/ 나는 왜 강아지를 향해/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자신의 옹졸함을 본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데/ 나는 한 마리 강아지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물은 뒤 ‘오늘도 강아지가 먼저 나를 용서할까 봐’ 두렵다고 한다. 

여의도의 언어는 언제쯤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저급함에서 벗어 날 텐가. 강아지가 먼저 용서하기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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