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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전남 국립의대, 어디로 가는가
‘30년 만의 의대 설립’은 ‘떡이 생겼는데 누가 그 떡을 먹을 것이냐’는 꼴이 돼 버렸다. 그 떡을 놓고 외나무 다리 위에서 힘겨루는 두 마리의 황소 꼴로 국립순천대와 국립목포대가 마주 달려왔다. 그러다 그 떡이 다리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전남의대 설립’이다.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절기는 백로로 접어들고 있으나 날씨는 여름의 한 복판보다 더한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더위도 끝이 있을 테고,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기운이 찾아 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1일 특별시로 팡파레를 울린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팡파레가 끝나기도 전에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놓고 날씨보다 더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계절과 달리 의대 설립의 꽉막힌 폭염은 끝을 가늠할 수 없다.
전남도민의 30년 숙원인 국립 의대 설립이 국립순천대와 국립목포대의 대학 통합 불발로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두 대학이 소지역주의에 매몰돼 30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일 국립순천대와 국립목포대가 통합대학을 구성한 뒤 의대와 대학병원의 위치, 교육시설과 부속병원 확보, 교수충원, 지자체 재정지원 방안 등을 합의해 제출토록 했다.
하지만 두 대학은 지난 2024년 11월 의대 신설을 전제로 대학 통합에 합의했지만 그동안 14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불구하고 의대와 대학병원, 통합대학 본부의 소재지를 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통합특별시 인수위원회가 대학본부와 의대를 목포에 두고 순천에 500병상 대학병원을 먼저 건립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국립목포대는 수용하고 국립순천대는 ‘기울어진 운동장’ 안이라고 거부했다.
국립목포대가 본부를 순천에 양보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뒤에도 당 초 민형배 호가 첫 단추를 잘못 꿰맞춰 의대 위치를 둘러싼 이견이 동·서 간 소지역주의로 변질 좁혀지지 않았다.
계획서 제출 과정에서도 갈등은 되풀이됐다. 국립순천대는 의대와 부속병원을 순천에 두는 9개 항목의 단독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통합시는 정부가 요구한 통합 조건과 맞지 않는다며 반려했다.
전남권이 동서 지역주의에 발목이 잡힌 사이 경북은 사실상 독주 채비를 마쳤다. 경북도와 국립경국대는 지난 20일 안동·예천 도청 신도시에 정원 100명의 의대와 500병상 부속병원을 건립하는 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계획서에는 총사업비 4천895억원과 기초·임상교수 112명 확보 방안, 지역의사제 운영계획까지 담겼다.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 논의는 1990년 시작돼 3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전남도는 광역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지역이라는 논리와 높은 고령화율, 연간 약 76만 명의 원정 진료 문제를 앞세워 정부에 의대 신설을 요구해 왔다.
이재명 정부가 '의과대학 없는 지역에 의과대학 신설 추진'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전남도와 경북도에 2030년 의대 정원으로 100명을 배정했을 때만 해도 전남은 축제 분위기였으나 축제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30년 만의 의대 설립’은 ‘떡이 생겼는데 누가 그 떡을 먹을 것이냐’는 꼴이 돼 버렸다. 그 떡을 놓고 외나무다리 위에서 힘겨루는 황소 두 마리의 꼴로 국립순천대와 국립목포대가 마주 달려왔다. 그러다 그 떡이 다리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전남의대 설립’이다.
지역에서는 양 대학과 정치권이 주민 생명권보다 대학과 지역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30년 숙원을 스스로 걷어찼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 균형 잡힌 전남의 미래를 위해 앞장서기보다 세 과시에 함몰됐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지역의 정치인들이 그저 시류에 편승하고, 공천에만 신경쓰고 있다는 지적 이외에 달리 이유가 없다. 무능이고 지역의 한계이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이들의 이름을, 아파도 치료할 수 없는 전남광주 지역민의 이름으로 기억하고 또 역사에 남겨 후세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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