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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용서’, 배재고 사태가 남긴 교훈
‘배재고 사태’는 이 땅의 사회적 병리 현상이 욕망과 허위의식으로 가득 찬 명망가들의 저급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혐오와 조롱성 응원으로 파문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측이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공식 사과하면서 ‘배재고 사태’가 상생과 화합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배재고등학교 교장과 야구부 지도자·학생 선수, 학부모 등 68명이 지난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일고를 찾아 사죄의 뜻을 전한 뒤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들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자신들의 ‘스타벅스 가야지’나 ‘탱크데이’의 조롱이 얼마나 잘못된 행위인지 깨달았을 것이다.
“‘5·18’이 서울에서 발생, 민주주의를 외치던 무고한 시민들이 그렇게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고 했을 때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이를 조롱한다면 어떨까”라는 역지사지의 기회가 되었을 성싶다.
가해 학생들은 머리 숙여 사과했고, 피해 학생들은 관용으로 포용했다. ‘배재고 사태’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실수를 반성하면 용서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배재고 야구부 감독은 “지역 비하 응원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다"고 했고, 선수 대표는 "인성이나 태도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다시 한번 배우게 됐다"고 했다.
그 진솔한 사과와 사죄를 광주일고와 지역사회가 관용으로 품어 안으며 ‘배재고 사태’는 우리 사회의 성숙한 갈등관리의 모범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배재고 사태’는 학생들의 잘못에 앞서 일부 철없는 정치권과 지식인이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키워왔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어린 학생들의 잘못을 바로잡아 공동체의 내일을 바로 세우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른 입지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저급함의 극치를 보였다.
대학교수 출신이라는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혐오와 왜곡을 ‘표현의 자유’와 구분하지도 못하는 어리석음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학자적 양심’ 운운하며 자신을 ‘소신 있는 사람’으로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그는 “5·18이 성역이 됐다. 북한의 모습”이라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표현의 자유를 말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릇된 신념’이거나 아니면 ‘무지함’의 표현이겠지만 그가 정부의 고위 관료라는 점에서 끔찍하다.
또 한 사람은 방송기자 출신의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녀는 ‘스타벅스 응원 구호’로 논란을 빚은 배재고에 화환을 보내 응원했다. 그녀가 보낸 화환의 리본에는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나’, ‘배재고 학생들과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배재고 학생들의 혐오와 왜곡을 지지한다는 격려로 읽힌다. 이 정치인의 사고가 무섭고 잔인한 것은 우리 사회의 증오와 편견, 혐오의 옹호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묵인하는 것도 부족해 오히려 잘못을 부채질하는 것은 그녀가 배재고 학생들을 향해 ‘평생을 혐오와 편견 속에 살라’는 저주와 다를 바 없다.
배재고 학생들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싶다면, 그들의 내일이 밝고 건강한 삶이 되길 바란다면 잘못을 깨우치게 하는 일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배재고 사태’는 이 땅의 사회적 병리 현상이 욕망과 허위의식으로 가득 찬 명망가들의 저급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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