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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지 말며...
 기사 작성자 : 전남동부신문
기사 작성일 : 2026-06-18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지 말며...

임영조 시인(1943~2003년)
충남 보령 출신으로 197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함께 읽기> ‘간’ 이란 말을 가지고 풀어간 시다. 그래서 간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奸 : 마음이 바르지 못해 간사할 간’, ‘諫 :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아뢸 간’, ‘肝 : 동물의 몸속에 있는 장기 간’, ‘幹 : 식물에서 중요한 뼈대인 줄기 간’ 그리고 ‘음식에 짠맛을 내는 물질 또는 짠맛의 정도’를 나타내는 순수 우리말 ‘간’

이 시에서는 우리말 ‘간’이 주로 사용되지만, 가끔 한자어 간(奸, 諫, 肝, 幹)도 쓰인다. “푸성귀는 간할수록 기죽고 / 생선은 간할수록 뻣뻣해진다” 소금을 치면 푸성귀의 간(幹 : 줄기)은 기죽고(늘어지고) 생선의 간(肝)은 뻣뻣해진다. 배추 절일 때와 소금 친 생선을 보면 알 수 있다. '재앙을 만난 생의 몸부림 / 적멸(寂滅 : 죽음)의 행간은 왜 그리 먼가' 같은 죽음이건만 그 차이가 존재한다는 뜻은 같은데... 같이 소금 쳤건만 푸성귀는 숨죽고 생선은 뻣뻣해지고.

“여말에 요승(妖僧)이 임금 업고 까불 때 / 간 잘 맞춘 임박은 승지가 되고 / 간하던 내 선조 임향은 괘씸죄 쓰고 / 남포 앞 죽도로 귀양 가 소금이 됐다” 공민왕 때 임박(林樸)은 요승인 신돈의 간(비위)을 잘 맞췄다고 한다. 늘 신돈을 향해 ‘큰 덕을 지닌 분’이라고 칭찬하면서 졸졸 따라다녔다.

그에 비해 임향(任珦)은 신돈의 잘못을 직간하다 유배되었고, 조선 건국 후 그의 의기를 높이 산 이태조가 불렀으나 불사이군(不事二君)을 내세워 벼슬하지 않은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라 한다. 그러니까 같은 간을 두고 “세상에 간 맞추며” 산 사람이 임박이라면, “세상에 스스로 간이” 된 사람은 임향이라는 뜻이라 하겠다.

“한 입이 내는 奸(간)과 諫(간) 차이 / 한 몸 속 肝(간)과 幹(간) 사이는 그렇게 먼가” ‘奸과 諫’ ‘肝과 幹’ 둘 사이는 멀지 않다. 앞은 한자는 달라도 소리가 같고, 뒤는 식물의 줄기든 동물의 간이든 각기 중요한 뼈대를 이루니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다르다. 아첨한 사람은 당대에선 부귀영화를 누리나 나중에 욕 얻어 먹는 반면, 직언한 사람은 당대에선 비참하나 나중에 빛을 본다.

“꼴뚜기는 곰삭으면 무너지지만 / 멸치는 무너져도 뼈는 남는다” 이 표현대로 하자면 ‘멸치가 될지언정 꼴뚜기는 되지 마라’는 의미가 되겠다. 시인은 같은 죽음을 두고도 다르게 본다. 앞 시행 임박과 임향의 행동 연장선으로 보인다. 즉 완전히 삭아버린(줏대 없는) 존재보다 뼈대를 남기는(줏대 있는) 존재가 되라고.

“간이란 그 이름을 세워주는 독이다” 간(소금)을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과하면 짜고 모자라면 싱거운” 게 바로 간이다. 간계(奸計 : 간사한 꾀로 세상을 삶)와 간계(諫戒 : 윗사람에게 잘못을 고치도록 직언함), 그 차이도 마음 씀에 따라 달라진다. 시류에 따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지 말며, 비록 죽더라도 뼈는 남긴다는 자세로 살라는 뜻이다. 소금이 빠져버린 요즘 세태에 시인은 “세상에 스스로 간(소금)이” 된 사람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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