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다시 나의 내년을 맡긴다"
목필균 여류시인(1954년생)
서울 출신으로 1995년 '문학21'을 통해 등단.
<함께 나누기> 한 해를 보내면서 아는 이에게 인사말 보낼 때 가장 많이 쓰는 상투어가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사건은 또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나라 밖의 뉴스는 그만두고라도 올 한 해 우리나라는 참 많이 어지러웠다.
결정타는 12월 비상게엄, 그리고 며칠 전 들려온 참담한 제주항공 사고. 이제 눈물샘도 메말라 흘릴 눈물도 없다는 애절한 절규.
곳곳에서 들려오는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릴 수 있나!’ 하는 탄식. 정말 올 한 해 가운데서도 12월 한 달만은 꼭 지우고 싶다.
오랜 관습으로 한 해를 그냥 보내기 아쉬워 친한 이들과 함께 모여 술 한 잔 하는 자리를 만든다. 이를 '망년회' 또는 '송년회'라 한다.
이 둘은 엄연히 차이가 난다. 망년회(忘年會)는 일본식 한자에서 온 말로, '송년회'를 써야 어법에 맞다고 한다. 그럼에도 오늘은 망년회를 두고 얘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순천만의 해 저뭄 .
망년회(忘年會), 잊을 '忘' 자니까 한 해 있었던 좋지 못한 일들을 잊고 새해부터는 마음을 다잡아 새롭게 출발하자는 뜻을 담았다.
멋진 뜻풀이이긴 하나 좋지 않은 일 가운데 잊어야 할 일이 있고, 절대로 잊어선 안 되는 일도 있다.
올해 어떤 일을 잊고, 어떤 일은 잊어선 안 되는지 관해선 독자 님 들께서 판단하실 문제다. 다만 잊어선 안 될 일을 그냥 모른 체하고 지나치면 반드시 그런 일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는 점은 명명백백하다.
오늘 한 해 마지막 날이다. 나쁜 일은 털고 밝은 내일을 맞이하자. 또 시에서 처럼 혹 무심했던 사람이 있다면 내가 먼저 손 내밀고. 그리 많은 돈도 필요 없는 선술집에 서서 소줏잔 기울이며 일년 치 못다한 얘기를 나누자.
한 해를 마감하면서 성과물이 조금 허술해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 줬다 해도 내년엔 그렇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하루를 보내자.
너나 나나 특출하지 않고 평범한 서민으로 살아왔음이 참 다행으로 느껴지는 오늘,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외쳐보자.
한 해 참 힘들게 사셨으니 오른쪽 주먹으로 왼쪽 어깨를, 왼쪽 주먹으로 오른쪽 어깨를 토닥토닥 두들겨 보자. "너에게 다시 나의 내년을 맡긴다"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