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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토닉 러브’
 기사 작성자 : 전남동부신문
기사 작성일 : 2026-03-04  


 ‘플라토닉 러브’

이영도 여류시인(1916년~1976년) : 호는 ‘정운(丁芸)’ 경북 청도 출신으로 시조 시인, 이호우 시인과 오누이 사이 임, 정운 이영도·청마 유치환 이 두 시인은 우리나라 최초로 ‘플라토닉 러브’란 말을 만들어낸 한쌍의 시인이다.

<함께 읽기> 
모란을 글감으로 한 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일 게다. 하지만 모란이 어떤 꽃인지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자로는 ‘목단(牧丹)’인데 음운 변화를 거쳐 ‘모란’이 되었다. 화투 칠 때 6에 해당하는 화투를 목단이라 한다. 바로 그 목단이 모란꽃이다.

요즈음은 모란꽃을 보는 일이 쉽지 않다. 예전에는 장독대 옆이나 싸리문 옆에 심어 흔히 볼 수 있었건만... 이 시는 한 번 읽고 두 번 읽으면 풀꽃 위에 나비 내려앉듯이 마음 한켠에 살포시 자리하는 시조시다. 다만 너무 짧아 조금 더 길었으면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시조는 동양화처럼 여백의 미를 살려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시조와 시의 차이점이 바로 ‘여백’이다. 시가 보통 이것저것 담으려 애쓰는데 비해 시조는 하나둘 버려감이 요체이다. 가능한 여백을 두어 작가가 그리다 만 빈 부분을 읽는 이가 채워 가는, 그래서 빽빽함을 거부하는 장르가 바로 시조시다.

이영도 시인, 이 이름을 들먹이면 반드시 함께 거론하는 시인이 있다. 바로 생명파 시인의 한 사람인 청마 유치환. 이미 알고들 게시겠지만 이영도와 유치환, 이 두 시인은 우리나라 최초로 ‘플라토닉 러브’란 말을 만들어낸 한 쌍이다.

이영도 시인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조용한 성품이어서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오빠인 이호우가 여동생에게 시조를 가르쳐 주었으며 스무 살 때 결혼했는데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으나 병약하여 딸 하나 얻고는 하늘로 갔다. 딸과 함께 살려고 택한 직업이 통영여중 가사교사. 그녀는 거기서 8년 연상의 국어교사 유치환을 만난다. 처음에는 동료로, 시간 지나 글 벗으로 지내다 둘 사이에 연정이 싹텄다. 하지만 한 사람은 과부 또 한 사람은 유부남...

사랑을 행동으로 옮기기엔 둘 다 파멸해야 했던 시대와 교사라는 직업 때문에 둘은 선을 넘지 않는 정신적 사랑, 이를 플라토닉 러브라 하던가. 청마가 부산으로 옮겨 둘의 거리는 멀어졌으나 1947년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보냈다. 청마가 1967년 2월 교통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20년 동안 보낸 편지는 무려 5,000여 통. 이영도는 그 편지를 꼬박꼬박 보관해 두었다고 한다.(나중에 편지 일부가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는 책으로 나왔다.)

청마 유치환의 대표작인 ‘행복‘에 두 사람의 사랑이 얼핏 언급돼 있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하지만 우린 플라토닉 러브니 뭐니 하며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하는데, 건너편의 당사자인 청마의 아내 심정은 어땠을까?... 둘의 사랑으로 하여 숱한 걸작의 시와 시조가 나와서 두 사람의 시와 시조를 읽는 우리야 감동 받지만... 언제나 판단은 읽는 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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