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문화산책

 
  작은 배려...
 기사 작성자 : 전남동부신문
기사 작성일 : 2024-07-24  


작은 배려...

김주대 시인(1965년생)
경북 상주 출신으로 1981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 ‘페이스북’에 문인들의 초상화를 그려 올리는 바람에 ‘문인화가’ 또는 ‘SNS 시인’이란 별명을 얻음.


<함께 읽기>
‘살며-시 다가오는 이끌림’에 퍼뜩 손에 잡은 시... 짧은 시지만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 내용은 쉬 이해되나 쉬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깊은 속을 지닌 시라 하겠다. 시인은 시에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노란 K마트 조끼를 입은 청년은 왜 빵을 먹다가 주차장 계단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은 채 잠’에 빠져 들었을까? 일단 잠을 잘 수밖에 없는 사연을 유추해 본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너무 피로해서, 분명한 건 끼니를 걸러 배가 고파 빵을 입에 넣었는데 다 먹지 못한 채 저절로 앉은잠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그때 청소하던 아주머니는 아들 같은 청년이 깨지 않도록 '살며-시' 지나간다. 아마도 이불이 있었으면 덮어주고 싶은 심정이었을 게다. 여기서 '살며-시'란 시어에 주목하면, 아시다시피 '-' 표는 원래보다 더 늘이고 싶을 때 쓰는 부호다. 즉 '살며시'를 한 템포 길게 늘이면서 아주머니가 알바생 젊은이가 깨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의 늘임'이다.

"세 칸 계단에 묻어 있는 곤한 잠을 / 쓸지 않고 살며―시 지나갔다" 표현이 너무 참신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붙잡았다. 계단은 모두 세 칸인 모양인데 거기에 알바생의 곤한 잠이 묻어 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아르바이트 청년은 낮에는 마트에서, 밤에는 또 다른 곳에서 일을 했을 게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을 했으니 그냥 쓰러질 수밖에. 주차장 계단에 펼쳐진 그림이 아름답다기보다는 참 숭고하다. 아르바이트 청년과 청소부 아주머니. 둘의 소리 없는 마주침은 작은 배려의 마주침이다. 우리네 삶이 아무리 고단하더라도 거기에 작은 배려가 들어간다면 그 고단함은 눈 녹듯 사라진다.

어두운 세상, 밝음보다 그늘이 많은 세상에 이런 아주머니 같은 배려의 손길이 많이 일어났음 좋겠다. 오늘 혹 마트에서 일하는 젊은이와 청소부 아주머니 같은 비정규직 분들에게 ‘살며-시’ 사랑의 비가 내리기를 빌어본다
[Copyright ⓒ 전남동부인터넷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남동부인터넷신문

 
   
 

 

월간 인기글
  짧아진 추석 연휴에도 순천 관광 …
  반려동물과 함께 순천 여행하면 여…
  ‘2026 순천 푸드앤아트페스티벌’…
  “도와주는 것에서 함께 책임지는 …
  민형배 시장, 농어촌기본소득 2027…
  순천시 낙안면마중물보장협의체, …
  손훈모 순천시장, 국회 방문…국비…
  순천시, ‘느린학습자 지원사업’ …
  순천시 낙안면, 현장 중심 행정으…
  정부·지자체 정책과 골목상권 잇…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고객센터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전남 순천시 별량면 우산외동길 57 | 대표전화 : 061-745-9006 | 팩스 : 061-745-1071
사업자번호 : 612-88-00024 | 등록번호 : 전남 아 00212 | 등록일 : 2013. 08. 05. | 발행인 겸 편집인 : 이용
Copyright ⓒ 2013 전남동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