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순천대학교 명예교수
갑진년 아침햇살이 온 누리를 비춘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갑진년 아침햇살이 온 누리를 비춥니다.
맑은 햇살 향기와 밝고 선한 기운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여러분의 소망과 서원(誓願)이 더해져서 그럴 것입니다.
그 소망과 서원 속에 담긴 맑고 고운 향기가 온 누리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얼굴에 앉은 햇살처럼 성취도 그렇게 내려앉고 있습니다. 새해 새 아침이 준 축복입니다.
여러분의 이웃에게도 새해의 축복이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얼음장 밑에서 헤엄치는 고기에게도, 얼어붙은 땅속의 뭇 생명에게도, 혹독한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 있는 나무에도 축복이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여리디여린 나뭇가지가 북풍한설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야생화는 얼어붙은 땅에서 어떻게 꽃눈을 키우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봄을 향한 푸른 꿈과 소망이 있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세연년 그렇게 살아온 그들을 생각하면 우리의 새해 다짐이 부끄러워지고 맙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살아간다면 깨달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나갈 뿐만 아니라 못 할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겨울나무가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이파리 가득 담은 모습도, 단풍으로 치장한 모습도 아름답지만, 줄기만 간직한 채 서 있는 의연한 모습 또한 아름답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라는 말을 쓸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겨울나무가 갖는 아름다움에 견줄 봄, 여름, 가을 나무는 없을 것입니다. 엄동설한에도 안으로 살찌우는 겨울나무의 당당한 풍모는 여느 계절의 나무와 견줄 바가 아닙니다. 한없는 그 차분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다 내려놓고, 다 버리고 봄, 여름, 가을의 화려했던 영화도 벗어던진 채 기도하듯이 서 있는 겨울나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헐벗은 채 기도로 지새우는 모습에 감동이 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건해 보입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겨울나무와 같은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삶과 영혼이 맑고 향기로워질 것 같습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대나무의 마디처럼 우리에겐 새해가 있어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묵은 생각이나 낡은 틀을 걷어내고 새로워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지혜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추위에 양지바른 어딘가에 피어있을 민들레가 그려집니다. 민들레는 돌 틈에서도 아스팔트 틈새에서도 꽃을 피웁니다. 그 강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름다움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민들레가 아름다운 것은 민들레답게 피어서일 것입니다. 세상에 자기다운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꾸며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다워서 아름다운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떤 시련이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꽃 활짝 피우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세우지 않아도 전해지는 향기로움으로 사랑받고 존경받는 가운데 행복한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