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겸 대표이사 이    용

묵은해 횡설수설

이제 이 한해를 조용히 정리해야 할 때이다.
흔한 이야기로 새로운 천년이니 한세기니 하지말고 현실속에 더 가까이 있는 올 한해의 마무리를 서두를 때인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지 우여곡절도 많았고 인생사 그렇듯이 변화무쌍한 희비의 한해였다.
빈부격차에서 파생된 사회적 이슈로 이 한해도 서민들의 마음은 참 무거웠던것 같다.
집단 이기주의가 사회질서를 위협하고 상류 권력층의 부도덕한 사태로 빈자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운 한해였던것 같다.

또 권력앞에서는 법 질서도 무위 하다는 걸 눈여겨 볼 수도 있었고 가난한 배달꾼의 휴지한장 벌금은 엄히 다스려지고 있음도 피부로 실감했다.

우리 사회에는 아니 인간사회에는 잘 배우고 똑똑하고 자기 이외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많다. 불학무식한 식견으로 볼때 세상사람 모두가 기발하고 재치있고 기회주의적이고 철저한 계산속에서 처세한다는 보편적 생각이 주를 이룬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가진자는 머리로 살고 배움없고 가진것 없는 가난한 서민은 몸으로 산다는 진리는 옳은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또 다시 생을 저주하게 되는데 운명적 삶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통.반장 끝발이라도 있어야 행세하는 세상이니 있는듯 마는듯 살아가는 서민은 항상 주눅이든다.

이제 흔히 말하는 새로운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우선 민주정치의 본향처럼 하나의 민생현안을 놓고 진진하게 논의하는 국회가 있을 것이고
가난한자의 고통을 헤아리기 위해 골목을 누비는 공직자가 많아질 것이다.
어쩌다가 실수로 범한 가벼운 경범죄는 관대한 훈방으로 다시 뉘우침의 기회를 줄것이며
지역의 선량을 뽑는 일에는 인물본위가 우선일것이다.

교통지도원이 사라진 도로에는 왜그리 질서있는 차량행렬이 그림처럼 아름다운지 성숙된 선진 질서의식에 숙연해질 것이다.
가진자는 배려할줄 알고 빈자는 땀을 흘리는 새로운 세상이 올것이며 평등과 평화가 고루 분배된 사회에서 우리는 생을 즐거히 노래할 것이다.

아니 틀림없이 그런날이 온다니까
왜들 잔소리로 받아 들이는걸까.
현실적으로 한국사회에서는 그런 현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천만에 말씀이다.

어차피 인생이란 한가닥 유토피아를 신기루를 무릉도원을 찾아 떠나는 나그네 같은것 아닌가.

<1999년 12월 20일 신문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