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반전>

 발행인 겸 대표이사    

이           용        

  메마른 강토를 포효하던 호랑이는 질곡의 역사를 짊어 진채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이제 가능성과 희망의 기묘년이 장엄한 서곡과 더불어 우리 앞에 다가왔다.

 생각해 보면 지난 1년은 너무도 지루한 가슴 저미는 세월이었다.

6.25이후 가장 처절한 국난이라고 하는 세기말적 시대상황 속에서 누가 누구를 쓰다듬고 이루만질 여력조차 남아있지 못한 안타까움 있었다.

 이 상실속의 시대상황 하에서 보금자리를 잃고 길거리를 방황하는 처절한 잉여인간들의 인간드라마는 또 얼마나 많이 연출 됐느냐 말이다. 끼니를 걸러야하고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하고 끝내는 생을 포기해 버린 극단을 택하는 슬픈 현실이 보편화 됐었다.

아니 또 있다. 질서는 실종되고 흉악범은 횡행하고 그야말로 지구의 종말론이 설득력을 가진 한해 였던게 사실이다.

  물론, 자연의 섭리대로라면 옳다는 해석이 가능할지도 모를 것이다. 풍요로움이 있었으니 가난도 있어야 하고 가진 자가 있으니 무소유도 있어야 옳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오늘의 처해있는 상황은 좀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이 나라의 소유 또는 지배계층 일부가 저질러 놓은 예정된 불행 이었다는 데에 분노가 앞선다는 것이다.

  정경유착 이라고 하는 특수한 조건하에 파생된 고통이며 시련인 것이다. 재벌독재가 광란의 춤을 추다보니 권력의 우산이 필요했고 일부의 권력을 쥔 자들의 맞장구에 인생은 눈물천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그 여파는 빈부격차의 양분화로 나타나서 빈차는 통한의 눈물을 삼키며 가정과 처자식을 버리고 동토의 겨울 한가운데를 방황 해야만 하고 가진 자는 교만과 거드름 속에 포만의 인생을 즐기려는 잘못된 구조로 역사가 창조되고 있다.

  담장 넘어 이웃의 허기진 절규를 외면한채 스키장, 골프장은 만원이며 실직 노숙자가 득실거리는 타락의 사회 속에서도 해외관광은 예약완료인 모순된 오늘에 비추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슴을 펴자!

  동녘 태양은 날마다 새모습인채 환희를 약속하고 겨울은 곧 새봄을 기약하는 희망을 의미한다. 그리고 야망과 꿈을 안고 보무당당히 기묘년을 가야한다. 설한풍을 지나고 작열하는 태양을 건너가다 보면 낭만의 계절이 분명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 모두 그 꽃피고 볕부신 날 함께 노래해야 한다.

 서민의 애환이 질퍽하게 묻어있는 항구의 선술집 벽에 푸시퀸의 "삶"이라는 詩가 더욱 의미 로운 이 시대에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삶"의 싯귀로 새해 인사를 대신한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1999년 1월 1일 신년사중에서>